미움이라는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마주하며 인정하는 용기가 왜 중요한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과 극복 방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미움, 외면한다고 사라지지 않아요
지난 편에서 미움이라는 감정의 본질과 그것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오늘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내 안에 자리 잡은 미움을 어떻게 마주하고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리는 때로 미움을 부정하거나, 혹은 다른 감정으로 포장하려 합니다. "나는 그런 감정을 느낄 사람이 아니야", "이건 미움이 아니라 그냥 서운함일 뿐이야"라고 스스로를 속이기도 하죠.
하지만 미움은 마치 끈질긴 그림자처럼, 우리가 외면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마음속 깊은 곳에 웅크리고 앉아 우리를 괴롭히고, 알게 모르게 삶의 많은 부분을 잠식해 들어갑니다. 미움을 억지로 누르거나 회피하려 할수록, 그 감정은 더욱더 강력해져 결국 다른 형태로 터져 나오거나, 우울감이나 불안감 같은 심리적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미움을 인정하는 것이 왜 용기 있는 행동일까요?
미움을 인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는 때때로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약하거나 미성숙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미워하는 마음은 나쁜 거야", "마음 곱게 써야지" 같은 말들을 들으며 자라왔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미움을 느끼는 자신을 비난하거나, 죄책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자신을 들여다보고, "아, 내가 지금 미워하는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라고 인정하는 것은 정말 용기 있는 행동입니다. 이것은 자신의 그림자 같은 면까지도 받아들이는 자기 수용의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모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때, 우리는 비로소 온전한 자신을 마주할 수 있고, 그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미움을 마주할 때 찾아오는 불편함, 어떻게 다룰까요?
미움을 마주하는 과정은 때때로 불편하고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미운 감정 이면에 숨어있던 상처나 아픔이 다시 떠오를 수도 있고, 그 감정을 느끼는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 들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불편함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마치 오랫동안 덮어두었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소독약을 바르는 과정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그 불편함을 애써 밀어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 허용하는 것입니다. 잠시 멈춰 서서 그 감정이 어떤 느낌인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조용히 관찰해 보세요. "아, 지금 내 마음이 좀 힘들어하는구나",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나는구나" 와 같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이름 붙여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기억할 점은, 감정은 일시적이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강력한 감정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들기 마련입니다. 지금 느끼는 불편함도 영원히 계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되새기며 자신에게 인내심을 가져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를 위한 솔직한 대화: 미움을 기록하기
미움을 마주하고 인정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감정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종이나 스마트폰 메모장에 지금 느끼는 미운 감정과 그 감정을 불러일으킨 상황, 그리고 그때 떠오른 생각들을 솔직하게 적어보는 겁니다.
예를 들어, "오늘 회사에서 김 대리 때문에 너무 화가 났다. 내가 한 노력을 무시하는 것 같아서 미웠다. 나는 인정받고 싶었는데 무시당한 것 같아 속상하다" 와 같이 구체적으로 적어보는 거죠. 이렇게 글로 표현하는 과정은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얽혀있던 감정들을 정리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돕습니다. 마치 거울을 보듯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과정과 같습니다.
감정을 기록하는 것은 일기 쓰기와 비슷하지만, 특히 부정적인 감정에 초점을 맞춰 진행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미움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 감정이 어떤 욕구나 기대와 연결되어 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신을 비난하지 않는 연습: 미움도 감정일 뿐
미움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자기비난입니다. "내가 왜 이렇게 못났지?", "이런 감정을 느끼다니 정말 최악이야" 와 같이 자신을 다그치는 생각은 미움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 뿐입니다.
기억하세요. 감정은 좋고 나쁨으로 나눌 수 없습니다. 미움도 다른 감정들처럼 그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신호일 뿐입니다. 미움을 느꼈다고 해서 당신이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고 흘려보내느냐입니다.
자기비난 대신 자신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보세요. "괜찮아, 누구나 미움을 느낄 수 있어. 지금 힘들겠지만, 이 또한 지나갈 거야" 와 같이 스스로를 다독여주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움을 외면하는 대신 용기 있게 마주하고 인정하는 것은 자신을 치유하고 감정적으로 성장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지만, 감정을 기록하고 자신을 비난하지 않는 연습을 통해 미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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