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쳐도 운동화는 벗지 마세요 4] 완주하는 사람의 마지막 표정

 기나긴 레이스를 마치고 마침내 결승선을 통과하는 사람의 얼굴을 유심히 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들의 표정에는 단순히 기쁘다는 감정만 서려 있는 것이 아닙니다. 뺨을 타고 쉴 새 없이 흐르는 땀방울과 거친 숨소리 그리고 그동안의 고단함이 한데 뒤섞인 묘한 표정을 짓곤 합니다. 하지만 그 얼굴에서 가장 뚜렷하게 읽히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이겨냈다는 깊은 안도감과 형언할 수 없는 자부심입니다. 이 표정은 결코 화려한 재능이나 운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포기의 유혹 앞에서도 운동화를 벗지 않고 끝까지 길 위를 지켜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숭고한 훈장과도 같습니다.

완주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시작을 경험하지만 정작 아름다운 끝을 마주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는 화려한 축제와 같지만 끝은 오로지 고독한 인내를 견뎌낸 소수에게만 허락되는 비밀스러운 보상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신이 겪고 있는 고통스러운 과정들이 훗날 어떤 표정으로 바뀔지 상상해본 적이 있나요. 그 찰나의 순간을 위해 우리는 오늘 하루도 무거운 발걸음을 떼어놓는 연습을 반복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포기하고 싶었던 수천 번의 순간들

완주라는 결과물만 떼어놓고 보면 참으로 근사해 보이지만 사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결코 순탄치 않은 서사로 가득 차 있습니다. 새벽바람을 가르며 처음 신발 끈을 묶을 때의 설렘은 며칠 지나지 않아 안개처럼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온몸을 휘감는 근육통과 끝이 보이지 않는 지루함입니다. 남들은 편히 쉬고 있는 주말에 홀로 책상 앞에 앉아 고군분투할 때나 아무리 애를 써도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 제자리걸음인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우리는 마음속으로 수천 번도 넘게 운동화를 벗어 던지는 상상을 합니다.

이만큼 했으면 충분하다는 타협의 목소리는 가장 힘들 때 우리 귓가에 가장 달콤하게 들려옵니다. 적당히 타협하고 내려놓으면 당장의 편안함은 얻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 목소리를 뒤로하고 다시 한번 신발 끈을 조여 매며 한 발을 내딛는 행위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자기 투쟁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위대하다고 부르는 사람들은 결코 지치지 않는 철인이 아니었습니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나약해지고 무너지고 싶어 했지만 단지 그 순간에 신발을 벗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 사소한 차이가 시간이 흘러 완주라는 거대한 격차를 만들어냅니다.


성취감은 끝까지 남은 자에게만 주어지는 특권

세상은 흔히 결과를 중심으로 승리자를 기억하려 하지만 진짜 성취감의 정수는 자신의 한계를 마주하고도 뒤로 물러서지 않았던 그 버틴 시간 속에 존재합니다. 완주는 단순히 어떤 물리적인 지점에 도착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중간에 멈추고 싶었던 나를 끊임없이 설득하고 달래며 끝까지 동행했다는 살아있는 증명입니다. 이러한 귀한 감정은 중간에 포기를 선택한 사람에게는 절대로 허락되지 않는 오직 끝까지 길 위에 남겨진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고귀한 선물입니다.

고통의 크기가 클수록 나중에 마주할 완주의 표정은 더욱 깊고 진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잊히지만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얻은 결실은 평생을 살아갈 힘이 되어줍니다. 결승선 근처에서 짓는 그 미소는 과거의 고통을 모두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찬란합니다. 그 표정을 한번 경험해 본 사람은 압니다. 왜 우리가 그토록 힘들어도 다시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는지를 말입니다. 성취감은 타인의 박수 소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길 수 있는 마음에서 피어나는 꽃입니다.


지금 당신은 어떤 상태인가요

한번 진지하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세요. 나는 지금 나의 운동화를 제대로 신고 있는가 하고 말입니다. 혹시 지쳤다는 핑계 뒤에 숨어서 신발 끈을 이미 풀어헤치고 있지는 않나요. 아니면 아예 신발을 벗어 던지고 차가운 길가에 주저앉아 남들이 앞서 달려가는 모습만 무기력하게 구경하고 있지는 않나요. 만약 그런 상태라 해도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시 일어나 옷에 묻은 흙을 툭툭 털어내고 신발을 제대로 신으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어디에 서 있느냐가 아니라 다시 걸어갈 의지가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여전히 살아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완주는 한 번도 멈추지 않는 완벽한 레이스가 아닙니다. 수없이 멈추고 넘어지더라도 그때마다 다시 신발을 신고 일어나는 불완전한 과정의 연속입니다. 완벽주의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그저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발걸음을 내딛는 것에 집중해 보세요. 그 작은 움직임이 모여 결국은 결승선까지 당신을 데려다줄 것입니다.


잠시 쉬어도 좋지만...

우리는 감정이 없는 기계가 아닙니다. 때로는 숨이 턱까지 차올라 눈앞이 캄캄해지고 도저히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는 절망적인 순간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잠시 그늘진 나무 아래 앉아 흐르는 땀을 식혀도 좋습니다. 남들보다 속도가 늦어지는 것을 죄악시하거나 패배라고 규정하지 마세요. 다만 당신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한 가지는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당신의 발을 보호해주고 목적지까지 연결해주는 그 운동화만은 벗지 말라는 것입니다.

신발을 아예 벗어버리는 순간 다시 시작하기 위한 에너지는 처음 시작할 때보다 몇 배는 더 많이 필요하게 됩니다. 신발을 신은 채 가만히 앉아 숨을 고르며 다시 걸어갈 힘이 차오를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주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완주를 향한 여정 위에 있는 셈입니다. 멈춤은 포기가 아니라 다음 도약을 위한 정지 화면일 뿐입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앞을 바라보는 그 짧은 정적의 시간 또한 완주의 소중한 일부분임을 잊지 마세요.

지쳐도 괜찮습니다. 잠시 쉬어가도 정말 괜찮습니다. 하지만 운동화만은 벗지 마세요. 그 끈질기고 투박한 마음 하나가 당신을 결국 목적지로 인도할 것이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당당한 완주의 표정을 짓게 할 것입니다. 당신의 여정은 아직 마침표를 찍지 않았습니다. 그 끝에서 만날 당신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 눈부시게 빛날 것임을 확신합니다. 이 긴 시리즈를 통해 당신이 자신의 신발 끈을 다시 한번 단단히 묶고 일어설 용기를 얻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 당신은 비로소 알게 될 것입니다. 견뎌온 모든 시간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말입니다.

“지쳐도 괜찮다. 잠시 쉬어도 괜찮다. 하지만 운동화만은 벗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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